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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일본 문화 이야기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사태로 보는 일본기업 유키지루시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사태로 보는 일본기업 유키지루시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의 횡포가 최근 사회적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갑(甲)의 횡포로 대리점주들 즉, 을(乙)의 피해사례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요. 을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입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에게 밀어내기와 떡값 등의 횡포로 대리점주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으며, 배상면주가 역시 밀어내기 등의 횡포로 대리점주의 자살이라는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두 사건의 파장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어,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벌벌 떨고 있습니다.

필자는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사태를 보면서 유키지루시(雪印)라는 일본기업이 생각났습니다. 유키지루시는 과연 어떤 기업이며,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을까요?

유키지루시의 하얀 눈송이 모양의 상표는 청결과 건강을 상징했다.

1. 유키지루시 집단 식중독 사건

200년 6월 25일 유키지루시 유업 오사카 공장에서 제조된 유키지루시 저지방 우유를 먹은 어린이가 구토나 설사 등의 증상을 나타냈습니다. 이 사건으로 약 30만개의 제품이 회수가 되었지만, 이미 대응이 늦어져 식중독 피해 신고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오사카와 효고현, 와카야마 현 등 광범위하게 퍼져 약 14,780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전대 미문의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직후 7월 1일 회사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얼렁뚱땅 사건을 넘기려는데 급급했습니다.

우유가 식중독 균에 오염된 원인은 2000년 3월 31일 오사카 공장의 생산 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3시간 정전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이 공장 내의 탱크에 있던 탈지분유가 20도 이상 데워진 채 약 4시간 이상 방치되었기 때문인데요. 본래라면 전량을 폐기해야 했었지만, 살균 장치로 황색 포도상 구균을 사멸시키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탈지분유를 그대로 제조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멸을 해도 균류에서 발생한 독소의 독성은 잃지 않았고 독소에 오염된 탈지분유를 먹은 어린이가 식중독을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지요.


유키지루시에서는 식중독 균에 오염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고, 사건을 축소하기에만 바빴습니다. 그동안 만들어졌던 우유와 유산균 음료 역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밸브를 분해 청소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3주일 이상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는 등, 거짓말로 일관하던 유키지루시 기업의 악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마트, 소매점 등에서는 유키지루시 그룹 상품을 더 이상 받지 않았으며,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브랜드 이미지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최고가를 달리고 있었던 주가 역시 한 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졌지요. 결국 유키지루시 그룹의 제품 전체가 시중에서 철거되었고, 회사 전체는 경영이 악화되고, 일본의 1등 유제품 기업이라는 자리에서 붕괴되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2. 유키지루시 소고기 파동
유키지루시는 2000년 모회사인 유키지루시 유업에서 발생한 유키지루시 집단 식중독 사건으로 유키지루시 유업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매우 어려운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2년 햄, 소세지 등 육류 제품을 제조 판매하던 자회사 유키지루시 식품에서는 수입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팔다가 당국에 적발되었는데요. 수입산 쇠고기 구입 가격과 일본산 쇠고기의 매입가격의 차이에서 오는 막대한 이익을 위해서 기업의 양심도 버리고 소비자들을 속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유키지루시 식품은 어려운 경영을 겪고 있던터라 쇠고기 매수 사업을 통하여 유키지루시를 다시 살리려는 기회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유키지루시는 2001년 광우병 소동 이후 일본 정부에서 일본산 쇠고기를 사들여 처분하기로 하자, 안 팔리는 수입산 쇠고기를 일본산 쇠고기로 다시 재포장한 후 비싼 값에 팔아 넘기려다 적발 된 것이었습니다.


유키지루시이라는 대기업의 부도덕성에 소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유제품뿐만 아니라 유키지루시의 제품 모두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유키지루시 식품은 일본 햄과 소시지 시장의 86%를 점유하던 최대의 식품회사였는데, 이 사건 이후 자취를 감췄으며, 판매량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유키지루시 식품은 사건 직후 사장을 경질하고 관련 사업부문을 모두 떼어낸 후에 새 출발 하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식중독 사건과 소고기 사건으로 소비자자들의 철저한 외멱 속에 100억엔의 규모 손실과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더 이상 회사를 유키지루시는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2004년 후원금을 모집하는 등을 통해서 다시 영업을 재개함)

전통적으로 일본의 장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에는 생명을 건다는 자세로 제조업 현장을 지켜왔고, 지금도 그런 정신을 가지고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키지루시 사건은 일본인들에게는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요. 결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불러왔고, 결국에는 폐업을 하는 극단의 상황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유키지루시는 수십 년간 쌓아왔던 명문 기업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의 단결심과 소비자를 속인 기업은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는 일본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키지루시라는 기업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과의 사례는 다르지만, 두 나라 기업모두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것만은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대기업에서 이런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땅히 큰 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사태가 유키지루시라는 일본의 기업과 다르게 그냥 흐지부지하게 넘어가게 되지는 않을지 대한민국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