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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일본 문화 이야기

일본 유학생이 본 카라의 기무치 논란.


일본 유학생이 본 카라의 기무치 논란.

일본에서 활동하는 국내 연예인의 '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걸그룹 카라가 김치를 '기무치'라고 발음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잊을만한 하면 한 번씩 터지던 이런 논란이 최근 일본에서 활동하는 국내 가수들이 늘어나면서 무척 자주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정우성, 영웅재중의 기무치 논란, 제시카의 야끼니쿠 논란 그리고 이번에 카라까지.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에서 이런 발음 실수를 할 때마다 정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는데요. 일본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 비난의 도가 너무나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도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카라의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일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무의식적으로 한국식 것들을 일본어로 발음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식 발음으로 말했을 때 못 알아듣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밥을 김밥 그대로 발음했을 때 아직 못 알아듣는 일본인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한국 식당의 경우 일본인들이 발음을 쉽게 하도록 이름을 다르게 표시해놓는데요.
순대->스은대, 잡채->자푸채, 찌짐->찌찌미, 불고기->부루고기, 곰탕->고무탕 이라고 받침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을 위해서 이렇게 다르게 표시하고 있습니다. 표기뿐만 아니라 일본인들 앞에서 발음할 때도 일본 발음으로 변형하여 말을 하게 됩니다.


즉, 좀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 김치를 기무치라고 말을 하게 되는 것이고 김밥을 한국식 노리마끼라고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원래 일본에 노리마끼라 김초밥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방송에서 그녀들이 먹었던 음식 역시 우리나라의 김밥의 형태보다 일본의 노리마끼에 가까웠다.) 기무치, 노리마끼라고 말을 하면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어 듣고 말하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실수이며, 일본인들과 대화를 해봤거나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라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일본에서 생활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인이라면 한국 발음을 사용하는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약간의 발음 실수로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그들이 저렇게까지 욕을 먹을 잘못을 했는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한국 방송이 아니라 일본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실수를 두고 말이죠. 예전에 일본에서 활동했던 연예인들이나 지금 일본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 덕분에 현재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식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한류 연예인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많은 한국 문화와 음식을 소개한 덕분일 것입니다. 한류 붐으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유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도 필자는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약간의 실수를 문제삼아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라며, 또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한류 열풍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발음을 했다면 그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절대 용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독도가 가지는 의미와 다케시마가 가지는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이라면 일본인들 앞에서도 누구나 당당히 독도라고 발음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무치 발음은 이런 문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치 발음을 제대로 못 하는 그들을 위하여 기무치라고만 발음을 할 뿐. 김치가 일본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 고유의 음식을 기무치라고 발음했다고 해서 일본 전통음식이 절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오래전부터 김치의 일본식 발음을 기무치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이런 것은 논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매국노, 일빠라고 비속어 쓰고 욕을 하며 매도하는 것이 정말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맛있어요!

가끔은 국내 연예인들이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욕을 먹는 것을 보면, 정말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쉽지 않은 직업임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불쌍하게도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논란에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류 연예인 역시 항상 주의하고 신경 써주길 바라며, 팬들 역시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