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덮친 '사재기' 열풍에 대하여...

도쿄를 덮친 '사재기' 열풍에 대하여...

일본 대지진으로 많은 생명을 잃고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도 원자력 발전의 문제가 완전히 수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발표되어 일본인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피해를 통하여 필자는 일본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사재기'를 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이었는데요. 타인을 먼저 배려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이런 사재기 광풍이 불어 닥칠지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은 성격이 침착하고 질서 있으며 남들을 배려하기 때문에 사재기가 없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 때가 엊그제 갖은데 천재지변 앞에서는 그들도 어쩔 수 없나봅니다.

원전사고가 사재기 불씨를 지피다.
사재기가 심해진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이후부터 입니다. 방사능이 새어나고, 도쿄의 수도물 일부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계속 나오자 가장 먼저 생수(미네랄 워터)가 동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녀들을 둔 젊은 엄마들을 살 수 있는 만큼 물을 사재기했습니다. 결국 생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2리터짜리 생수 6개가 8천엔(약 10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현재에도 물은 마트에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 사람에 한 병 이상의 구입제한이 있을 정도로 물사재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지진 마케팅이 사재기를 키운다.
한 사람에 한 병 구입제한, 도쿄 수돗물에서 방사능 검출 등 대지진은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작용되고 있습니다. 구입제한, 곧 품절현상이 다가올 것이다! 등등의 문구는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이용한 마케팅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구입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재기를 하게 되지요. 한 지인은 이번 대지진을 기회로 생각하고, 한국에서 생수업체와 계약을 한 후 일본에서 생수 판매를 시작하였답니다. 원전사고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앞으로도 물 사재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사재기에도 동조효과가!
동조효과는 주식거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산 후 자신이 산 주식이 오르면 앞으로도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사고 싶어지고, 반대로 떨어지면 앞으로도 떨어진다는 생각에 매도하고 싶어집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 번 오른 주식은 쉬지 않고 오르기도 하고, 안 번 떨어진 주식은 쉬지 않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사재기 현상에도 이런 동조 효과가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 주위 사람들의 사재기 모습을 보고 자신도 같이 사재기를 하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사재기의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 편의점 매출 급상승!
이번 사재기 열풍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매출은 급상승하였습니다. 특히, 마을 곳곳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음료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3월 편의점의 매출이 약 7.7%나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그동안 구입을 많이 하지 않았던 건전지, 부탄가스 등의 판매도 급상승 하였습니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으니, 3월보다 4월의 매출은 더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대지진 피해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지만,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중요 생필품의 사재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지역의 대형마트에는 설거지 용품을 빼고는 모두 사재기 현상이 계속되고 있지요. 또한, 지진피해 지역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일본인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재기 모습을 보면서 한 일본 네티즌이 만든 사재기 자제 포스터가 생각이 납니다. 쌀 5kg로 120인분의 주먹밥을 만들고, 빵 한 개로 1집의 식사가 되고, 건전지 하나로 100명이 라디오를 듣고, 기름 10리터로 구급차로 4명을 살리고 등등 이번 사재기를 통하여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일본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지진과 함께 불어닥친 사재기 열풍!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