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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일본 문화 이야기

일본에 생활하는 유학생들이 장발(?)이 많은 이유는?


일본에 생활하는 유학생들이 장발(?)이 많은 이유는?

필자가 일본에 제일 처음 왔을 때 생뚱맞은 걱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에서는 매달 한 번씩 하던 이발이었는데요. 한창 멋부리기 좋아하고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이발은 매달 상당히 중요한 행사(?)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발을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을 일본 생활을 시작하는 날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이발을 하는 것이 무척 두려웠던 나머지, 처음 몇 달은 머리가 눈을 덮을 때까지 이발을 하지 않고, 마치 장발처럼 지저분하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 생활을 하다보니 미용실에 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일본에 생활하는 많은 한국 유학생들은 처음 몇 달간은 무조건 머리를 기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장발로 하고 다니는 유학생들도 무척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용실에 가는 것이 겁부터 먼저 났다...

그럼 일부 유학생들은 왜 이발을 하지 않고, 장발(?)이 된 후에서야 이발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일본에서 유학생들이 이발을 하는 것이 두려운 몇 가지 이유를 개인적인 생각으로 풀어내봤습니다.

첫째,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아주 초급 회화 수준이었던 저에게 일본어는 정말 넘기 힘든 장벽과도 같았습니다. 특히, 이발을 할 때에는 앞머리는 길게, 뒷 머리는 짧게, 머리숱은 조금만 등등 뭐 이발을 하기 전에 이런 요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이발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초급 수준의 일본어로는 도저히 앞머리를 어떻게, 뒷머리는 어떻게 라고 잘라달라고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이렇게 말했죠? '가루쿠데...'(가볍게...)라고 말을 흐렸답니다. 그러니 이발사가 아~ 가볍게?? 라며 알아서 잘라주더군요. 하지만, 그날 내 소중한 구랫나루는 잃게 되었답니다.ㅠㅠ


둘째, 어떤 곳을 가야할지 몰랐다.
우리나라에는 동네마다 미용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 인데요. 동네마다 이발소나 미용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용실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떤 곳을 가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아저씨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이용실은 도대체 어디 있는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같은 기숙사에 살던 형들에게 물어물어 이용실을 찾을수가 있었답니다. 하지만, 밖에서 본 그 이용실에서는 도저히 이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질 않았답니다. 낡아도 너무 낡아서.... 그래서 저는 미용실로 발길을 돌렸답니다.

셋째, 이발비가 너무 비싸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미용실 앞에도 커트 얼마?, 파마 얼마? 라는 가격이 붙어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살던 기숙사 동네 미용실도 가격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볍게 커트만 하면 되는데, 요금이 5천엔(약 7만원) 가까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미용 기술이 좋다고 하던데, 그래도 너무 비싼거 아냐? 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되더군요. 한국에서는 8천원(지방)이면 이발을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제일 처음 미용실을 갔을 때, 혹시 돈이 모자라서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돈을 두둑히 가지고 갔었습니다. 

그래도 미용실이 비싼만큼 서비스 하나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각 미용실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의자에 앉자마자 다리 마사지 기계로 마사지부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발을 할 때는 기계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가위만 이용하여 샤기컷을 쳐주는 것이었습니다. 가위질 한 번하고, 한 참보다가 또 가위질 한 번 하고, 또 한 참 보고... 정말 답답해 죽는줄 알았지만, 그래도 정성들여서 깎는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발 후 이어지는 샴푸, 두피 마사지, 어깨 마사지를 받으니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유학생에게 5천엔은 엄청나게 큰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일본 전국체인 미용실인 QB하우스에서 이발을 했답니다. 10분만에 이발을 하고 단 돈 1천엔(약 14000원). 대신 샴푸는 없고, 기계도 사용하고, 확실히 비싼 곳과는 많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10분 커트. 1천엔. 완전 저렴한 QB하우스. 외국인들이 많이 간다.

이런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일본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이 장발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처음부터 신오오쿠보에 있는 한국인 미용실에 가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일본생활 초반에는 한국인 미용실이 일본에도 있는지 몰랐을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와서 한국인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외국생활 중 이발 때문에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으신가요? 분명한 것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이발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