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뽀이야기

일본에서 인터넷 신청해보니...

저에게 인터넷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루라도 인터넷을 하지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생활 속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설마 저도 인터넷 중독? ^^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IT강국이며, 인터넷 환경도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광 케이블 도입으로 서버도 안정적고, 속도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월등히 빠른 것 같아요. 제가 미국이랑 일본, 필리핀에서 인터넷을 사용해봤는데 정말 속 터지겠더군요. 아마 8282=빨리빨리 라는 한국인들의 성격과 문화때문이 아닐까요? 오늘은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인터넷을 신청했던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일본 첫 유학 시절에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은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기숙사에는 방마다 인터넷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기숙사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는 시간에는 속도가 느려져서 조금 답답할뿐... 큰 문제는 없었죠.



하지만, 일본어 실력이 조금 늘고.. 일본 생활에 적응 할때쯤.. 기숙사가 많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본 부동산을 통하여 방을 구해서 혼자 살기로 했었습니다.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았던 돈으로 방을 계약했습니다. 제가 이사를 들어가기로 했던 집에는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아서 제가 직접 인터넷을 신청해야 했었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설치를 할 경우 오전에 신청했다면, 당일 오후에 바로 설치 기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설치해줍니다. 경우에 따라 늦어질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틀안에 설치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도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맨션이었습니다. 우리나라 KT와 비슷한 NTT에서 설치하고 있는 光ファイバー(광 화이바)를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광 화이바가 최고로 빠르다고 하더군요. 집에 날라온 전단지를 보고 NTT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최소 3주일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하루만에 인터넷을 설치해주는 한국과는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나 :      저 인터넷을 신청 좀 하려고 하는데요...
상담원 : 아 그러세요? 지금 신청하시면 한 3주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나 :      저기.. 혹시 더 빨리 인터넷을 설치 할 방법은 없나요?
상담원 :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 대기자가 많아서.. 방법이 없습니다.
나 :       필요한 서류가 뭔가요?
상담원 : 외국인 등록증, 통장 사본 등 팩스로 보내주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인터넷을 설치하고 싶어서 몇 번이나 부탁하고 되물었지만.. 상담원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을 못한지 1주일이 지나니 하고싶어 미치겠더군요. 그래서 3일에 한번꼴로 한국인의 거리 신오오쿠보에 있는 PC방을 들렸답니다. 보름 후 다시 인터넷 통신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저기 보름 정도가 지났는데.. 언제쯤 설치하러 오실껀가요?
상담원 : 고객님 죄송한데 고객님은 외국인이라서 보증인이 필요합니다.
나 :       지난번에 신청할때는 그런말 하지 않으셨잖아요!
상담원 : 죄송한데..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청하는 것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뭥미? 여기서 외국인 차별?)
나 :       그럼 보증인을 찾아보고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그래! 사용료를 안내고 귀국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당연히 보증인이 필요하겠지? 근데 어쩌나 보증서줄만한 일본인이 없는데..흑흑 ㅠㅠ 일본에 온지 몇 달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보증인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길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살고 있는 맨션의 주인집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주인은 제 청을 들어주었고...인터넷 신청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준비한 후 다시 전화를 하였습니다.

나 :        저번에 인터넷 신청했던 사람인데요. 보증인과 필요한 서류 모두 준비해서 팩스로 보내겠습니다.
상담원 : 네 접수되었습니다. 일주일 후 설치기사가 연락 후 방문할 예정입니다.
나 :        뭥미? 또 일주일을 기다리란 기다리란 말인가..ㅠㅠ

일주일 후 다시 설치기사 2명이 왔습니다. 그런데 대뜸 이번에는 프로바이더를 계약했냐고 묻더군요. 프로바이더? 그건 또 뭥미?ㅠ NTT는 그냥 인터넷 케이블을 설치해주는 회사이고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회사가 따로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설치기사 :  일주일을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는 선만.....선만.... 선만....
나 : .........................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인터넷 설치한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도 바꿨는데..흑ㅠ (선만이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제 귀를 울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저는 정확히 새로운 집으로 이사 후 35일만에 인터넷을 설치 할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데 무려 한 달이나 넘게 걸렸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이사하지말껄..이라며 몇 번이나 후회를 했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일본인들 융통성이 너무 없다!!!!! ㅠㅠ 아마 한국이었으면 난리났을꺼야. 그래 내가 이해하자! 일본인들은 인터넷보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를 많이해서 그럴꺼야. 그리고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으니.. 별수없지.. 내가 참자!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보통 그 정도는 기다려야 설치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을 신청하면, 그날 설치해준다고 말하니 그렇게나 빨리?라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인터넷 설치 문화를 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만 봐도 그 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있구나! 이럴때 보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참 편하고 좋기는 하다! 선진국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구나..흥


그리고 한 달 후! 생각지도 못했던 20여만원이 넘는 설치비 청구서(사용료 별도)를 보면서 저는 또 한번 눈물을 흘렸습니다.ㅠㅠ 그리고 외쳤습니다! 아 한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