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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뽀이야기

버려지는 일본 편의점의 아까운 도시락들...

일본의 아르바이트 - 콤비니(편의점)편

 오늘도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일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본 로손 편의점에서 5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일본 편의점에는 없는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택배, 공과금, 팩스, 티켓구입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편의점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점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편의점에는 하루에 80만엔~100만엔(평균 1천만원)이 넘는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는 도쿄타워 근처의 한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의 크기는 50평정도 되었구요.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위치의 편의점이라서 아침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약 8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을해도 눈 코뜰새없이 바쁜 곳입니다. 빠쁠때는 카운터 4개를 이용하여, 2인 1조로 한 사람이 계산을 하고, 한 사람이 봉지안에 물건을 넣는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사진은 실제 제가 일하던 편의점과 다른 곳입니다.>


손님이 이렇게 많이 붐비는 곳이다 보니, 편의점안에서 팔리고 있는 상품의 종류와 양도 엄청 났습니다. 회사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패스트푸드와 도시락도 매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에 있는 진열대를 가득가득 채워놓죠.
 


저는 주로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야간 알바가 시급을 가장 많이 쳐주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10시 이후에는 시간당 3~4천원 정도를 더 받았습니다. 시급을 지금 환율로 한화 1만 5천원 정도 되겠네요. (편의점 시급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한번 포스팅하겠습니다.)


도시락을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편의점 안에 구비해두는 도시락 양도 엄청납니다. 도시락의 가격은 보통 400엔 ~ 1500엔(5천원~2만원) 사이로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주위에 경쟁 편의점이 많았기 때문에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다양한 도시락을 구비해 두었으며, 품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항상 도시락을 떨어지지 않도록 여유있게 주문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팔리고 남은 도시락이 생겼습니다. 하루하루 남는 도시락의 양이 다르지만, 다 팔릴때도 있고 엄청 많이 남을때도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반나절 정도 남았을 경우에 진열이 되어 있는 도시락을 바구니로 수거해옵니다. 보통 하루에 마트 바구니로 3바구니 정도가 남았습니다. 대략 돈으로 환산하면 2만엔(약 26만원)정도 되겠네요. 위 사진은 유통기한이 당일까지라서 팔 수 없는 도시락입니다. 편의점 사무실 감시 카메라를 등지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을 찍어뒀습니다.


먹는 음식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남은 도시락을 아르바이트생들이 먹거나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알바가 있는 저녁에는 항상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종류도 많고 맛도 있어서 돈없고 가난한 유학생에게는 진수성찬이었죠. 남은 도시락을 먹고싶은데로 마음껏 먹어도 2바구니 정도는 항상 남았습니다. 편의점 마다 차이가 있으나, 제가 일하던 편의점은 남는 도시락을 집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럼 남은 도시락은 어떻게 했을까요? 제가 일하던 편의점에서는 모조리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도시락을 수거해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른 새벽시간에 오기 때문에 수거해가기 전에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견습기간이 지나고 정식으로 일한지 보름정도 되었을때, 매일마다 쓰레기 통으로 버려지는 도시락이 너무 아까워서 일본인 텐쵸(점장)에게 물어본적이 있었습니다.


나  :  텐쵸(점장님)! 남은 도시락 아까운데.. 이거 다 버려야 해요?
텐쵸 :  배고프면 지금 먹어.. 먹다 남는 것은 다른 아르바이트생 먹게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간 지나면 알아서 버려!
나 :  집에 가져가서 내일 아침에 먹으면 안될까요? 삼각 김밥하나라도...(비굴모드)
텐쵸 :  오너(사장)가 가져가지 못하게 해! 너도 알잖아!?
나 :  그래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근데 왜 못 가져가게 해요? 가져가게 하는 콤비니도 있던데...(*편의점마다 다름)
텐쵸 :  원래는 먹고 싶은 만큼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했는데... 예전에 아르바이트하던 중국인 한명이 매일매일 남김없이 모조리 다 싸가지고 가서... 그 이후로 오너가 못가져가게해...
나 :  아~ 아깝다.ㅠ 나는 내일 아침 굶거나, 사먹어야 하는데...ㅠ 돈도 없는데..ㅠㅠ

바구니에 담겨있는 도시락을 째려보며....

나 :  근데 남는거 뻔히 알면서 왜 저렇게나 많이 주문을 해요?
텐쵸 :  경쟁 편의점때문이야.. 한창 경쟁을 할때는 큰 쓰레기 봉지 3장 4장 정도로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어!
나 :  그런데 돈주고 산거 전부 버리면... 편의점 손실이 많겠어요?
텐쵸 :  아니, 본사에서 버린 음식의 일부분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괜찮아.
나 :  아.... 그렇군요....
텐쵸 :  그리고 홈리스들이 콤비니 쓰레기 버리는 시간에 맞춰서 기다렸다가 버려진 음식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어... 유통 기한이 지났지만 먹는데는 전혀 문제 없거든..


결국 남은 도시락은 저렇게 쓰레기통으로 갔습니다. 남은 도시락도 많고 안 먹으면 전부 버려야 하기 때문에... 삼각 김밥 한 입먹고 맛 없으면 버리고... 샌드위치도 한 입먹고.. 배부르면 버리고... 여러 종류의 음식을 한 입씩만 먹고 버리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었습니다. 버리는 도시락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200m 정도 떨어진 다른 편의점과 한창 경쟁을 할때에는 버려지는 도시락의 양이 지금 보다 몇배나 되었다고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많이 주문하고 남는 것은 버릴 수 밖에 없었지요...

5개월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같이 버려지는 도시락을 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버려지는 도시락을 아프리카 사람들이 먹을 수만 있다면.. 배고픔에 굶주려 죽어가는 수백, 수천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을 살릴 수 있을텐데.. 음식버리면.. 벌받는다고 하던데.ㅠ 일본의 편의점 문화가 많이 발달 되어 있다고하여도 그만큼 문제점도 많네!! 아깝다!! 저게 돈으로 하면 얼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