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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일본 먹거리 이야기

해외 생활 중 한국이 무지 그리울 때...


해외 생활 중 한국이 무지 그리울 때...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 유학, 취업 등의 이유로 집을 나와서 밖에서 혼자 생활을 한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필자는 학창시절부터 성인이 되면 당연히, 부모의 도움없이 자립하여 생활한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먼저 독립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점도 많았고, 그만큼 나쁜점도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히라가나와 카타가나만 외우고 거의 벙어리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일본으로 날아와 처음에는 얼마나 막막하던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저 자신도 믿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몇 달간은 정말 집(한국)이 그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배가 고플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갈때, 일하는 사장에게 욕 먹을때, 혼자 있을 때 등등 집이 그리워질 때가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중에서도 제가 가장 한국이 그리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몸이 무척 아플 때였습니다. 필자는 새우 알러지가 있는데, 먹고 나면 온몸에 두드러기와 함께 가려움이 찾아온답니다. 아마도 심한 알러지를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알텐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고통스럽답니다. 오죽 고통스러우면 그 순간만큼은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가겠다는 생각까지 들정도 였답니다... 새우 알러지가 있는데 왜 먹었냐구요? 당연히 새우는 먹지 않았습니다. 새우가 80% 함유된 과자를 먹고 알러지가 생긴 것이죠.


어렵사리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일본 생활에 적응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려서 과자 몇 봉지를 샀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집에 오자마자 한 봉지를 다 비웠는데요. 알고보니 그 과자에 새우가 들어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새우 맛은 많이 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알고보니 새우가 80%나 함유되어 있더군요. 몇 주 동안 일본에서 생활한 덕분에 일본어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지만, 문제는 한자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새우 그림만 그려져 있었더라도 과자를 먹지 않았을텐데 海老(えび새우)라는 글자만 큼지막하게 있어서 큰 의심없이 과자 한 봉지를 비웠습니다.

그리고는 한 시간 뒤 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후끈거리고 가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늦저녁부터 시작된 가려움은 밤이 새도록 계속되었고, 겨울에 찬물에 수도없이 끼얹으면 샤워를 하고서야 가려움이 조금은 가라앉았습니다. 그때는 일본에서 병원을 어떻게 가야하는지도 몰랐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저 아픔을 참고 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얼마나 아프고 가족과 한국이 그리워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려움 속에서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아르바이트를 가야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순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했던 것 같네요. 자신의 몸이 아플 때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 집(한국)이 무지 그리워졌던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유학생들 중 일부는 참 힘겹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유학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붙어 있는 것때문에 집이 부유해서 유학 생활을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단어 뒤에 매일 8시간 이상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겹게 지내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학교다니는 사람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이 있지요. 그래서 해외 생활을 결심한 사람들이라면 일단 고생을 한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가족이 있는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하는 것만큼 유학생들에게 힘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건강은 그 누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챙기는 것!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