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고기가 타도 그냥 먹는다?
우리나라 불고기와 일본의 야끼니꾸(焼肉)의 의미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본례의 의미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고기는 쇠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간장과 배즙, 청주, 설탕 등을 넣어 숙성을 시킨 다음, 불위에 올린 후 야채를 넣은 후 익혀먹는 음식으로 고구려때 맥적이라는 음식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야끼니쿠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재일동포들이 생계수단으로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한 마디로 일본식 불고기로, 얇게 썰은 쇠고기를 숙성시키지 않고 구은 다음 다양한 타레소스를 찍어서 먹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 불고기가 일본화 되어 야끼니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숯불로 고기를 굽는 곳이 많은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식 야끼니쿠 음식점 이외에는 가스로 구워 먹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숯불고기집일 경우 炭火(스미비)焼肉(야키니쿠)라고 적혀있다.)
필자가 일본에서 가장 처음 아르바이트를 한 곳도 바로 한국 음식점이었는데, 이곳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음식이 숯불고기(야끼니쿠)였습니다. 한국 숯불고기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숯으로 불을 지피고 그위에 불판을 올린 후 주문한 고기를 구워 타레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이었죠. 예전에는 이런 한국식 숯불고기 음식점이 일본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근에는 일본인들도 무척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필자가 이런 숯불고기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인들은 숯불고기를 먹을 때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중에 하나인 불판을 갈아달라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통 숯불고기를 구워 먹을때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불판이 금방 새카맣게 타버립니다. 새카맣게 타버린 불판에서 고기를 계속 구우면 고기가 타서 맛도 없을뿐만 아니라 연기도 많이나고 탄 고기를 먹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게 되지요. 아마도 한국인들이라면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숯불고기를 먹을때면 불판을 몇번이나 갈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본인들은 고기가 타서 불판이 눌러 붙어도 불판을 갈아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점원이 알아서 갈아주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탄 불판에서 그대로 고기를 구워먹지요. 처음에 왜 불판을 갈아달라고 요구하지 않는지 몰랐던 필자는 함께 일하던 점원(형)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일본인들은 고기가 타서 불판이 저렇게 눌러 붙는데, 불판을 갈아달라고 하지 않아요? 손님이 많을 경우 정신이 없어서 말하기 전에는 일일히 다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그러자 함께 일하던 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저, 일본인들은 익혀먹는 고기 즉, 야끼니쿠에 아직 익숙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야키니쿠는 가격이 비싸서 결코 서민적인 음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숯불고기점은 대부분 숯으로 고기를 굽기 때문에 불판을 자주 갈아줘야 하는 반면 일본인들이 자주가는 일본식 야끼니쿠점은 가스로 불판을 달구기 때문에 휴지로 닦으면 불판이 깨끗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일본과의 문화적 차이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일본인들은 원래가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합니다. 좋게 말해서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나쁘게 말해서 원래가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고 싫은 소리를 하고나서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불판이 타서 고기가 눌러 붙기전에 우리가 알아서 불판을 잘 봐줘야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너무 바빠서 신경을 써주지 못할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럴때는 속으로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지요.
필자는 일본인들의 이런 성격을 듣고 직접 경험하고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일본인들이 원래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고...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이렇게 문화적으로 차이가 날 수 있구나라고 말이죠...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런 그들의 성격과 문화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한류의 인기와 함께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서울 유명 관광지나 부산 해운대 등만 가보더라도 쉽게 일본인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일본인들의 한국에서 숯불고기를 먹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일본인들의 성격을 잘 이해하여 점원들이 그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그들의 성격과 문화를 이해하여 행동하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한국인의 친절한 이미지를 새기는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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