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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일본 스포츠 이야기

일본 16강 진출, 일본인 친구가 내게 가장 먼저 한 말.


일본 16강 진출, 일본인 친구가 내게 가장 먼저 한 말.

일본이 덴마크를 3 - 1로 누르고 우리나라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 국가로 16강 진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일본이 덴마크를 상대로 이렇게 여유롭게 이길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서 일본인들의 기쁨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오전에 발간되는 일본 대부분의 조간신문은 일본 대표팀의 선전과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소식을 메인으로 내보내고 있으며 시내곳곳에서는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승리가 확정 된 후 다수의 사람들이 강물로 뛰어드는 위험한 세레머니까지 펼쳐졌습니다. 거의 축제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의 축구를 통하여 만난 일본인 친구가 몇 명있습니다. 가끔 만나서 축구도 같이하고 위닝(축구게임)도 같이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토트넘을 가장 좋아하고 박지성을 좋아하는 일본인 축구 광 팬이있습니다. 그 친구는 우리나라가 일본 보다 먼저 16강 진출에 성공했을때 가장 먼저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하면서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필자는 속으로 너무 기뻐하면서 한국이 운도 좀 좋았고 일본도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승리를 자축하면서 강물로 뛰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일본과 덴마크의 E조 결선예선리그 마지막 3차전이 끝난 오늘 아침. 일본인 친구로 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그 친구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은...

やった(얏따)! 해냈다! 였습니다. (참고 : やった [감동사] 무슨 일이 잘되었을 때 기뻐서 하는 말. 됐다. 해냈다.)
일본과 덴마크전의 축구를 봤냐며 물으며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저에게 전화를 걸었더군요. 일본이 16강 진출에 정말 성공 할줄은 몰랐다며 너무나 기뻐하였습니다. 다짜고짜 자랑하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합니다.(원래 이러는 친구가 아닌데 축구가 사람을 바꿔놓았더군요.^^) 그리고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오카다 다케시를 정말 싫어했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카메룬전에서 첫 승을 거둔 후에도 오카다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16강 진출을 통하여 감독에 대한 신뢰를 180도 바꿔 놓은 것 같습니다. 필자도 그 친구에게 일본의 16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말하며, 결선리그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선전을 기원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짧은 통화였지만, 평소 일본 축구에 대해서 칭찬을 하지 않던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듣게되니 일본인들에게도 16강 진출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나 봅니다. 결선리그에서는 일본이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오카다 감독은 일본을 원정 첫 16강에 올려 놓으며 지지율이 급상승하였고, 일본축구협회에서 그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던 지난 5월, 일본 대표팀 명단 발표와 함께 남아공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혹시 재임하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편에서는 일본축구협회장 후보로 지지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16강 진출로 일본 대표팀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목표로 내세운 월드컵 4강을 이룬다면 일본인들은 그를 신(神)으로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을 줄이자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고, 한국이 일본을 꺾고 월드컵 우승을 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죠. 정말 말처럼 이렇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