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쓰레기집 청소해보니...

예전에 일본에서 온갖 종류의 쓰레기로 가득 찬 쓰레기 주택이 일본 TV를 통해 방송되면서 많은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필자는 일본에서 유학비자, 워킹비자, 취업비자로 생활 하면서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여러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일본어가 필요없는 호텔 청소, 아라이(설거지), 이삿짐센터, 그리고 약간의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할수있는 편의점, 식당, 노동일 등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이중에서 주말을 이용하여 약 10 여일동안 일당을 받고 일한 이삿짐 센터에서의 일은 저에게 잊지 못 할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본내에 있는 소규모의 이삿짐 센터는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중국인들과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삿짐 센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이삿짐 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보통 이삿짐 뿐아니라, 리사이클 샵(재활용 센터), 청소 등 여러가지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곳이었습니다.

예전에 취업비자로 일본에 갔을때의 일입니다. 일본에 막도착해 수중에 가진돈도 없고.. 일하기 전까지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주말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기러 했습니다. 그러던 중 유학생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일본카페에 아르바이트 모집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삿짐 센터 아르바이트 구함( 일당 1만엔(약 13만원) 일본어 무가능, 식사제공, 작업복 필수)

글을 보고 남겨진 연락처로 전화 통화를 한 후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약속한 장소로 나갔습니다.

그곳에서는 저와 같이 카페에 적혀 있는 글을 보고 온 사람들이 몇 명 와있었습니다. 평범한 이삿짐 센터였는데.. 운영하는 분은 한국인 사장님 이었습니다.  커피를 한잔을 마시며, 당일 해야할 일을 듣고 마스크와 장갑을 지급받았습니다. 마스크를 건네주길래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을 하구나 생각했죠. 봉고차와 트럭을 나누어 타고 이삿짐 센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한적한 골목에 있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 앞부터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집 안에 들어가보니, 온갖 쓰레기와 악취가 진동을 했습니다. TV에서 보던 것처럼 쓰레기가 천장까지 쌓여있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수없이 널려있는 성인잡지와 쓰레기, 그리고 썩은 냄새가 나는 악취는 정말 역겨울 정도로 강했습니다.

청소하러 가기 전날까지 그 집에서 야칭(집세)을 내고 살던 독신 남성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집 주인이 남겨 놓고간 이삿짐과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하루전에 사람이 살던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있었으며, 냄새도 너무 심했습니다. 방 하나에 주방과 거실, 화장실이 딸린 작은 집이었지만, 그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엄청났습니다. 저와 같이 일하러 갔던 사람이 이삿짐 센터 사장1명 직원1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었는데... 5명이 함께 청소를 하여도 빨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쓰다가 버리고간 TV와 냉장고는 트럭에 싣고 나머지는 쓰레기 봉투를 이용하여 쓰레기를 담고, 집안 곳곳을 깨끗히 청소를 했습니다. 도착한지 3시간정도 청소를 하고 나니 코가 마비된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토할 것 같이 역겨웠던 냄새는 느껴지지도 않고 빨리 청소를 하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일이 12시쯤이 되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벽지에 묻어 지워지지 않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깨끗하게 모두 청소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청소를 하러간 아르바이트생들과 저는 지친 몸을 이끌고 이삿짐 센터에 돌아와서는 싣고 온 TV와 냉장고를 내리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더러운 것을 많이 봐서 그런지.. 밥맛이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이삿짐 센터 사장님이 우리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사장: 왜 이삿짐 센터와 리사이클 샵을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은 줄아니?
나: 아뇨. 모르겠는데요~ 왜 그렇죠?
사장: 더러운 일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이야! 일본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더러운일이라도 돈만 되면 열심히 하거든.. 자연스럽게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경영하는 이삿짐센터가 늘어날 수 밖에 없지...
나: 아 그렇군요...

나: 근데, 집도 작은데 왜 5명이나 가서 일을해요? 일당도 안나오겠어요!
사장: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는 집일수록, 그만큼 돈을 많이 받거든.. 더러운 일이라서 남들이 싫어하는 일일수록, 그만큼 돈을 많이 받지...
나: 근데... 이런 쓰레기 집이 많나요?
사장: 많지는 않고... 가끔 이런 일이 들어와... 대부분 혼자 살고 있는 독신이지만, 간혹 동거하는 남녀도 있어..라며 충격적인 말을 해주었습니다. 대부분 청소를 싫어하고 치우기 싫어하는 사람이겠지?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한국에도 이런집이 있을꺼야. 세상 살다보면 별에 별 사람들이 다있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나: 저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여러가지 궁금했던 점과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을 먹고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좀 전에 쓰레기 집에서 가져온 TV와 냉장고를 깨끗히 닦았습니다. 이삿짐센터와 리사이클 샵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져온 TV와 냉장고는 리사이클 샵을 통하여 다시 중고로 판매할 수 있었습니니다. 가져온 물건 뿐아니라 이삿짐 센터에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다 닦고 약속했던 시간 보다 2시간이나 일찍 일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이삿짐 센터에 일이 있을때, 일당으로 일을 해도 된다는 사장님의 약속도 받아냈습니다. 1만엔정도의 일당은 유학생들에게 큰 돈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하기러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내몸에서 썩은 냄새는 나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며 지하철 구석진 곳에 그냥 서서 돌아왔습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니 6시쯤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일본의 쓰레기집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화려한 일본 속에 이렇게 어두운 곳도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일본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을 경험을 토대로 소개해드렸습니다. 일본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방과 욕은 삼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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