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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일본 먹거리 이야기

혼자 고기구워 먹는 일본인, 정말 있을까?


혼자 고기구워 먹는 일본인, 정말 있을까?

지난 2006년 여름때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결혼 못하는 남자를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시청했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리메이크 방송되어 화제가 되었었죠.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능한 건축가 쿠와노 신스케로 독신주의자이면서 괴팍한 성격에,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혼자 사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항상 쇼핑도 혼자하고, 식사도 혼자하고, 심지어는 고기까지 혼자 구워먹습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結婚できない男) 일본 원작(2006년 7월 4일 ~ 9월 19일 후지TV)

필자가 이 드라마의 원작을 봤을 때 정말 일본에서는 고기도 혼자 구워먹을 수 있는 분위기인가?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혼자 고기를 구워먹으러 고기집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 설마 혼자 고기 구워먹으러 고기집에 가겠어?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혼자서 고기집에서 고기 구워먹기' 과연 일본에서는 가능한 일일까요?


필자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고기집(야끼니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놀랐던 것은 정말 혼자서 고기를 구워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만 나왔던 장면을 실제로 보게되니 그 순간 만큼은 문화적 차이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고요. 1년 동안 일하면서 낮에는 셀 수 없이 많이 봤지만, 저녁에는 한 5번 정도 본 것 같습니다. 일본식 고기집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런치메뉴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있는데, 혼자서 점심을 드시는 분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갑니다. 그런데 점심시간 이외에는 혼자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저녁에 오더라도 초저녁에 와서 얼른 고기만 구워먹고 가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지요.


일본은 많은 식당들이 혼자서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어도, 혼자서 커피를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혼자서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거의 없고 먹게 된다고 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남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서글픈 생각이 들게 됩니다. 반면에 일본은 혼자서 먹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흔한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먹는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런치가 아니고서는 드라마에 나왔던 것처럼 혼자서 저녁에 고기를 구워먹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신경을 잘쓰지 않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상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 - 한국판(2009년 6월 15일 ~ 8월 4일 KBS 2TV)

필자는 한국에서 혼자서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워낙 소심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라 혼자 식당에 들어갈 자신이 없어 아마도 밥 대신 굶는 것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지내다 보니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의 분위기와 문화적 차이 그리고 필자 외에도 혼자서 오는 사람이 많이 있기에 언제나 당당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고기는 혼자서 구워먹지 못할 것 같네요.^^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